웅성은 정말 기특한 벗입니다. 전 그를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마다 웅성을 초대합니다. 그는 전부 다 잘하거든요. 춤, 노래, 작곡, 촬영, 편집, 기획, 운전, 행사 진행, 문서 정리 등 못 하는 걸 꼽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웅성은 사랑을 잘합니다. 친구가 이사한다고 하면 저 멀리서부터 차를 끌고 와서는 땀 뻘뻘 흘러가며 짐을 챙겨줍니다. 귀중한 일이 생기면 끝끝내 마침표를 찍어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의 초대라서 기어이 싫어하는 글쓰기까지 해냈습니다.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는데, 그는 정말로 숨기지 못합니다.
“‘난-널-사랑해’ 이 문형은 사랑의 고백이나 선언에 관계되는 것이 아닌, 사랑의 외침이 되풀이되는 발화를 가리킨다. <사랑의 단상> 중”
웅성은 끊임없이 사랑을 외칩니다. 연인을 향해서 친구를 향해서 세상의 모든 사랑을 향해서 그리고 본인을 향해서요. 그런 그에게 수식과도 같은 문장을 소리내 말합니다. 난-널-사랑해-
너무 깊이 생각하진 마십시오
안녕하세요, 웅성입니다. 미리 밝히지만 저는 글쓰기를 무지하게 싫어합니다. 마음에 여력이 없을 때는 더욱 심해지곤 하지요. 무엇이든 정확하고자 하는 이에게 글쓰기란 모든 문장이 곱씹음의 연속입니다. 이 문장을 쓰고도 ‘나는무엇이든정확하고자하는사람이기보다는약간의강박과수많은의심과순간의확신을가지고사는…’ 그만. 이래서 글쓰기를 싫어합니다. 글쓰기는 생각의 꼬리를 끊을 타이밍과 이을 타이밍이 모호해서 그저 손이 멈춰 버리고 말거든요. 이 자리를 빌어 늦은 마감에도 애정 어린 독촉으로 기다려준 자야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중학생 시절, 생각이 많을 땐 레몬 사탕이라는 어느 명대사를 되뇌며 점심시간마다 막대사탕을 입에 물곤 했습니다. 레몬사탕 자체보다는 레몬사탕을 물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곤 했지요. 루틴이 주는 안정감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결과가 아닌 행위 자체에 마음이 놓이는 것. 하지만 삶에는 변수가 많고, 지키는 것으로부터 느끼는 안정감과 지키지 않음으로써 느끼는 해방감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힘이 됩니다.
올해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쓴 한 해였습니다. 그 중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음악 함께 뛰는 것’입니다. 올해 처음 페스티벌에 가본 저는 6월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을 시작으로 10월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세종보헤미안뮤직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페스티벌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은 아티스트를 가까이서 보기나 음악을 집중해서 듣기가 아닌 ‘제 몸과 최선을 다해 놀아주기’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1] 몸과 시선에 긴장을 푼다.
[2] 음악을 느끼며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든다.
[3] 음악의 변주가 느껴질 때 드갈 준비를 하며 옆 사람과 눈을 맞춘다.
[4] 드간다 !!!!!!!
이 중 가장 어려운 단계는 1번입니다. 함께 페스티벌에 갔던 친구들 중 대다수는 몸의 긴장을 풀고 자유로이 두는 것이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문제는 깊이 고민할수록 정확한 답이 나오지만, 어떤 문제는 그저 느끼는 것으로 답을 알게 되기도 하지요. 움직임에 관한 한 워크숍에서 강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음치는있을수있지만, 몸치는있을수없어요. 음은도-레-미-파-솔같이정해진답이있지만몸과움직임에는답이없거든요. 그저예쁜움직임에대한사회의규정이만들어낸두려움일뿐입니다.’ 움직임 앞에서 고민은 사치! 그저 뛰십쇼! 몸은 쓸수록 유연해지고, 펼칠수록 자유로워집니다.
페스티벌과 공연장의 가장 큰 차이는 즐기는 방식에 제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누워서 노래를 들어도, 1열에서 아티스트를 바라보아도, 깃발 아래에서 뛰놀아도 모두 페스티벌을 즐기는 것입니다. 아직 페스티벌에 가보지 않은 분들께 ‘서로에게 선을 긋기 전에 함께 춤을 추자’는 슬로건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을 첫 페스티벌로 추천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부디 음악과 함께 자유로운 순간을 만끽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