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님, 평화해요! 오늘의 쓸모 벗님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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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와 평생 연을 맺고 있으나 친구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끊임없이 재정의 되었습니다. 쓸모는 제 인생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그를 감한하는 마음으로 아주 깊은 우울에 빠져도 보았고요.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 오슬거리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도 해보았습니다. 노래를 듣고 그가 떠올라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어느 시절 뒤에서 비난을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그가 제 마음을 몰라줘서 다행스럽기도 하다가도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결국 저는 그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랑하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단언컨대 제가 이 세상에서 쓸모를 가장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쓸모와 저는 서로에 대한 감탄과 사과를 하며 친해졌습니다. 충분히 건널 수 있지만 굳이 하지 않았던 우리 사이의 골을 그가 먼저 넘어와 주었습니다. 받님, '완벽'의 뜻을 아시나요? 흠이 없는 구슬을 뜻합니다. 쓸모의 본명에는 구슬을 뜻하는 자가 있는데요, 그런 무결한 구슬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완벽을 추구했습니다. 완벽한 교사, 완벽한 엄마, 완벽한 동료, 완벽한 친구, 완벽한 딸, 완벽한 아내가 되고자 0.1초 단위로 노력하던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순간 쓸모는 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구슬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쓸모는 교육의 가치를 매우 소중히 여기는 교육자입니다. 학교에 일찌감치 도착하여 수업 준비를 하고, 느즈막이 까지 다음날 수업 연구를 합니다. 쓸모의 집에 가면 약 30여 년간 제자나 동료에게 받은 편지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머물렀던 이라면 그를 자연스레 존경하게 됨을 그 편지만으로도 알 수 있지요. 그는 평생배움을 실천하는 학습자이기도 합니다. 학부모라는 단어를 꾸준히 보호자로 바꿔 부르고, 관리자의 부당한 갑질과 회유보다 그저 제자들의 웃음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자주 쓰던 관용구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면 사과해서라도 바로잡고, 어린이에게도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할 기회를 만드는 정말 멋진 교사입니다. 쓸모는 벌써 50년이 훌쩍 넘은 생을 쌓았음에도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깨어납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고 추앙하는 존재입니다.
저는 질투심을 유난히 경계하는 사람인데요, 쓸모에게는 참 자주 느낍니다. 하나뿐인 딸내미 프로젝트에 딸에 대한 이야기를 쓸 법도 하지 않나요? 딸보다는 제자 이야기, 엄마보다는 교육자로서 쓰는 글이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흥) 받님, 작은 부탁 하나 드려요. 오늘은 자야의 벗이자 어머니인 쓸모의 생신입니다. 질투 나게 사랑하는 나의 쓸모를 함께 축복하며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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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그림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1970년대만 해도 그림책의 위상은 ‘아직 한글을 깨치지 못한 유아들이 양육자의 도움으로 읽던 책’ 정도이다. 그림책이지만 그림은 주인공이 아니었고 주로 교훈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렇게 한참을 그림책을 잊고 살다가 아이를 양육하며 다시 만나게 된 그림책은 어른이 함께 읽어도 가슴을 울리는 힘이 느껴졌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그림책에 빠졌다. 그 뒤 수업에 그림책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그림책을 읽고 탐구하게 되었다. 그림책은 40분 단위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에 글이 길지 않고 그림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서로 이야기 나누기에 좋다. 초둥학생들에게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하기에도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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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줄무늬 바지』 글 채인선, 그림 이진아, 보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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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나 시간을 ‘아끼다’라는 말에는 절약의 의미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담겨 있다. 『빨간 줄무늬 바지』는 ‘아끼다’를 너무 잘 표현해 주는 그림책이다. 주인공이 어릴 때 산 빨간 줄무늬 바지는 동생의 멜빵 바지로, 이웃집 아이의 반바지, 사촌 동생의 발레복 치마로 변신한다. 그 사이 주인공은 엄마가 되어 자녀와 함께 집에 온다. 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던 빨간 줄무늬 바지를 발견하고, 빨간 줄무늬 바지는 자녀의 인형 옷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보다 더 ‘아끼다’라는 말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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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빨간 줄무늬 바지를 이렇게 변신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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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쓰기, 음악, 미술>은 모두 표현의 도구들이다. 예술가들이 예술적 언어들을 어떻게 다르게 사용하는지 비교해 보면 참 재미있다. 『물이 되는 꿈』은 가수 루시드 폴의 노랫말이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님의 멋진 그림으로 펼쳐지는 특별한 그림책이다. 같은 작가의 『여름이 온다』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모티브로 한 그림책이다. 두 그림책 모두 음악과 함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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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이 책들을 읽을 때면 함께 나눌 이야기와 배움이 많다. 그림책은 세 언어를 담고 있다. 글텍스트, 그림텍스트, 파라텍스트이다. ‘파라’는 ‘주변’, ‘겉’이라는 뜻인데 그림책의 판형, 표지, 면지, 타이포그래피, 작가의 인터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세 가지 언어를 모두 잘 경험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두 그림책이다. 『물이 되는 꿈』은 병풍 구조로 모두 펼치면 5m가 넘으며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한 장 한 장 일반적인 책처럼 넘겨보다가 길게 펼쳐 보이면 아이들의 탄성이 절로 터진다. 뒷면에는 루시드 폴이 직접 손으로 그린 악보가 담겨 있다. 『여름이 온다』는 이수지 작가의 작업 이야기를 담은 QR코드, 겉 커버를 펼치면 ‘짠’하고 나타나는 포스터, 콜라주와 크레용, 담채화 아크릴 물감, 점과 선등 다양한 기법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림책은 그저 ‘그림이 있는 애들 책’이 아니다. 그림책의 한 장 한 장은 미술작품이다. 들고 다니는 미술관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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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내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림책을 꼽으라면 『이파라파냐무냐무』, 『고구마구마』를 소개하고 싶다. 마시멜로가 사는 평화로운 마을에 심상치 않은 외모를 가진 털숭숭이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파라파냐무냐무』는 귀여운 캐릭터들로 아이들에게 인기 폭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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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미로만 끝낼 수 없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입견과 편견이 가진 무서움을 유머로 잘 풀어낸 그림책이기에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에 참 좋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림책 인물들을 만들어 마을을 꾸며 보는 활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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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조차 특이한 사이다님의 『고구마구마』는 “둥글구마, 길쭉하구나, 크구마, 작구마”등 사투리와 개성 있는 그림이 잘 어울려 읽어주기에 즐거운 그림책이다. 자신을 “ -구마”로 표현해 보는 독후 활동을 하면 다양한 표현들이 나온다. 장점뿐 아니라 평소에 잘 꺼내지 않던 단점들을 재치 있게 표현하며 깔깔거리는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구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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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민들레』 글 오현경, 그림 김장성, 이야기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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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애정하는 그림책 중 하나인 『민들레는 민들레』의 김장성 작가는 그림책은 ‘사이’의 예술이라고 정의하였다. 글과 그림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 관념과 표현 사이, 내용과 형식 사이, 어른과 아이 사이, 상상과 현실 사이……그림책을 읽는 일은 이 ‘사이’를 읽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이 ‘사이’가 잘 읽히지 않아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그림책의 명료한 문장과 충분한 여백은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림책을 깊이 읽게 만든다. 그리고 질문하게 만든다.
- 왜 살아야 하는가?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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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표현'은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의 기본이다. 이오덕은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피폐된 학교교육을 '죽은 교육', 어린이의 삶을 중심에 두지 않고 업적과 실적 올리는 데 어린이를 이용하는 교육을 '거짓 교육'이라 보고, 어린이의 삶을 중심에 두는 교육,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교육을 '참교육'이라고 불렀다. 이오덕의 '참교육 정신'은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세우는 기본 정신이 되었다."
<대안의 길을 찾는 교사들> 中
애정을 담아, 마공과 자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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