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에 문득 흘러가는 생각들이 아이고 아까워 SNS에 비공개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일기는 왠지 무거운 제게 잘 어울려 게으르게 들르는 곳입니다. 하반기에는 많이 바빴습니다. 남은 올해는 좀 더 생각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역으로 읽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dibidibikinkin 2024-10-17
어젯밤에 15분 정도 골똘히 생각해보니, 문득 답다라는 말 앞에 붙을 수 있는 것이 아름답다 외에는 특정한 지칭일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답다 너답다 당신답다 우리답다 충현답다 한국답다 아름답다. 모든 다움은 아름답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닐까 믿어보고 싶었다.
dibidibikinkin 2024-06-26
여행은 가능한 해외로 가고 싶다. 내 평생 쌓아 굳어진 관습과 상식과 문화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 그 많은 것에서 벗어나서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만 생각하면 된다. 일상에서는 큰 벽처럼 느껴져 아득했던 문제들도 한결 괜찮아지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됐다고 느껴졌다.
dibidibikinkin 2024-05-25
언젠가 멋들어진 생일 파티 자신만만하게 열어볼 테다.
dibidibikinkin 2024-05-21
올해 하반기 목표 : 매몰되지 않기
dibidibikinkin 2024-05-02
안 읽히는 콘텐츠 만드는 거 지겹다. 모집 걱정없이 기획해보고 싶다.
dibidibikinkin 2024-04-25
징송의 프리렌 보면서 느낀 점. 창업해서 회사 꾸리는 것과 용사의 모험은 꽤나 닮아있음.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새로운 동료가 들어오거나 나가고, 가는 길에 존재하는 마을마다 새로운 클라이언트한테 의뢰와 보수를 받아 해결하며 업계 내 입지를 높인다. 그 과정에서 파티에 소속되지는 않지만 여러 인물과 협업하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격증(프리렌-1급마법사, 나-사회적기업)을 딴다. 그중에서도 대부분 망한다는 게 단연 가장 비슷하다. 물론 프리렌 같은 리더 있으면 안 망함.
dibidibikinkin 2024-04-23
엄마 : 냉면에 있는 계란은 언제 먹는 게 제일 맛있는지 알아?
나 : 처음? 끝?
엄마 : 아니, 먹고 싶을 때 먹어야 제일 맛있어.
어릴 때 엄마가 자주 하던 하나도 안 웃긴 유우머인데 성인이 되고도 종종 생각난다. 여전히 하나도 안 웃긴 건 매한가지지만 떠올리고 나면 묘하게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진다. 내 시간에 맞춰 계란 맛있게 먹으면서 살자.
⤷dibidibikinkin 2024-09-04
얼마 전에 평냉 묵다가 갑자기 계란을 두 번에 나눠 먹고 싶어져서 반으로 쪼갰더니 노른자가 부숴져서 여기저기 흩어졌다. 내 시간에 맞췄더니 쫌 맛없어짐. 그럼에도 그냥 맛있게 먹는 마음이 더 중요할지도?
dibidibikinkin 2024-04-05
웃기고 싶다. 그래도 사람들하고 같이 있을 때 말로는 웃길 만하다. 타이밍, 말의 높낮이와 속도, 표정, 행동 등등 개그 한번 칠 때 같이 써먹을 무기가 많다. 글로 웃기는 게 진짜 어렵다. 글은 글밖에 없는데 치고 빠지기도 안 되고 심지어는 영원히 남아버린다.
⤷dibidibikinkin 2024-04-05
이 글도 안 웃겨서 좀 웃기고 숨 막힌다
dibidibikinkin 2024-04-05
몇 년 전부터 점점 자기검열이 심해지더니 이제는 어느 정도냐면 내가 방금 한 말이나 생각을 동시에 내 다른 생각이 부정하고 의심한다. 그 부정이 메인 생각이 되면 그 부정을 또 부정하는 마음 속 트랙이 생긴다. 생각이 동시에 투쓰리포트랙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 자신과 친해지기가 참 어렵고 피곤하다. 친구는 내게 메타 인지 능력이 너무 뛰어난 경우 그럴 수 있다는 글을 책에서 봤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렇게 중요한 능력이 뛰어나다니 기분이 조금 좋았지만 동시에 내가 과연 정말 뛰어난 게 맞는지 의심했다.
⤷dibidibikinkin 2024-04-05
내가 왜 아무도 안 보는 비공개 sns에 글을 쓰고 싶어졌는지 생각해보았는데, 사실 아무도 안 보는 게 아니었다. 내가 본다. 쓰여진 글은 일종의 선언이 되고, 그 선언을 내가 보고 곱씹으니 납득하고 더이상 부정하지 않게 된다. 머릿 속을 떠돌아다닐 때는 몰랐는데 글로 옮겨보니 제법 그럴 듯한 생각들이 많다. sns에 쓰는 게 메모장보다 더 선언 같아서 좋다. 천천히 아끼는 사람들한테 이 공간을 열어주면 좋겠다.
dibidibikinkin 2024-04-03
5년 전쯤 오른쪽 어깨에 뭐가 갑자기 봉긋 솟은 걸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아 그냥 뒀는데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났더니 아파서 병원가서 수술했다. 표피낭이었던 그것을 째서 빼내고 이제 새끼손가락 길이의 흉터가 생겼다. 약 열심히 발라도 평생 남는단다. 살다보니 흉터가 하나두개세개 늘어가고 어떤 흉터는 내 어떤 시대를 대표하거나 부대표한다. 어떤 흉터는 부끄럽고 어떤 흉터는 자랑스럽고 어떤 흉터는 슬프거나 아련하거나 웃기다. 사람들의 흉터로 콘텐츠 하나 만들면 좋겠다.
⤷dibidibikinkin 2024-04-04
어제는 맨쥬가 할퀴어서 손에서 피났다. 흉터는 안 남겠지만 늘 할큄당한 상처가 있으니 이것도 일종의 흉터인지? (같은 자리에 같은 타투스티커 평생 붙이면 그것도 타투 아닐까) 맨쥬는 지금 내 옆에서 뻔뻔하게 잔다. 상자 속에서 눈 커졌을 때 손 뻗은 내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