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은 여름호에 소개한 해일과 마찬가지로 저의 호랑이선배 시절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오래된 벗입니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 더 가까워졌습니다. 다행히 제가 호랑이도 선배도 아닌 채로 다시 관계를 맺도록 기회를 주어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는 꽃집 딸내미이기도 합니다. 그냥 꽃집이 아니라 어엄청 큰 꽃가게입니다. 둘이 같은 동네에 살 때는 가끔 풍성한 꽃다발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흥미로운 꽃말과 함께요. 어쩌면 봄 덕분에 꽃 선물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봄은 사진작가입니다. 처음 영화동아리에서 만났을 때부터 카메라를 좋아했고,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재능을 외면하지 않고 평생의 업으로 삼았습니다. 봄봄의 사진을 보면 그의 독특한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저 스쳐 보내는 일상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합니다. 특히 저는 그가 자신의 조부모님을 담은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언젠가 받님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인물의 표정, 찰나의 순간은 사진기만 들이밀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그가 담는 장면은 모두 자연스러워 아주 아름답습니다. 봄봄의 셔터 소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가 봅니다.
얼마 전 그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며 요가를 하며 결혼식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며 사랑에 빠지면서 말입니다. 분주한 와중에도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새로운 꿈을 마련한 그가 참 존경스럽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부뮤 스튜디오’도 함께 소개합니다. 혹시나 하여 귀띔하면 이름에는 아무 뜻이 없습니다.
빛으로 그린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
텍스트보단 사진으로 저를 설명하는게 편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실 지금 이 글도 두번째 쓰는 글자들이에요. 메일링을 받아보니 이렇게 멋진 글을 읽을 수 있음에 재밌고 내 글도 이렇게 재밌을까~? 싶으며 한글자씩 적어봐요.!
저의 시선으로 그리고 제가 보는 세상의 이미지들을 다른사람들과 공유한다는게 어떤지 오랫동안 잊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자야의 메일링을 통해 저의 사진을 보여줄수 있다고 했을때 얼마나 콩닥콩닥 했는지 여러분들에게 저의 단편적인 세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신나요!
지금 이게 사실 3번째 쓰는 글이에요...그만큼 글을 쓰는 방법은 모르지만 사진과 이야기로 풀어내볼게요~
이때 첫 해외여행 가서 찍은 필름사진이에요. 20대초반은 당연하게 다들 혼란스럽고 내 인생은 어떻게 돌아갈까~? 하면서 살아갔던거 같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꼭 20대 초 저의 상황,모습같단 생각이 들어요.
이 사진은 다중노출된 서산의 사진입니다. 제가 0-5살까지 살았던 저의 고향 서산 대산이에요. 제 베란다와 저 풍경은 28년동안 기억한 곳이에요. 사실 나이가 들면서 저 베란다가 너무 무서웠어요. 할아버지가 뛰어내리면 어쩌지 하며 그래서 그런걸까 저 사진을 보면 따뜻하면서 너무 차가워요.
이글을 읽는 분들의 여행스타일은 어떤가요? 저는 최대한 현지인이 다니는곳 위주로 다니는걸 좋아해요! 이날도 아침일찍 아무 마사지샵을 갔던거 같아요... 동네 마사지샵...동남아 여행지는 항상 색깔들이 강해서 동남아 가면 카메라를 더 열심히 꺼내는거 같아요.
마지막 사진은 요즘 제가 밀고있는 사진입니다. ㅎㅎ 사실 저의 브랜드 Booomu 을 생각하게 준 처음 사진이기도 해요! 사진의 어원이 빛으로 그린 그림 이란걸 아시나요? 저는 저 어원의 뜻을 너무 좋아해요. 따뜻한 빛으로 그려진 그림이 곧 사진이며 그 빛들이 모여 우리의 세상을 비추고 있는거 같아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메일은 삭제하시고, 맘에 드는 글은 아카이브 페이지로 꺼내 먹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확증하는 것은 그 숲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눈앞에 사물이 없더라도 정물화를 그릴 순 있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이 사진이 남아 있을 리 없다. 나는 디지털 시대의 허다한 조작 가능성을 외면하고, 거기 틈입할 폭력의 위험만은 잊지 않은 채, 다만 바르트를 따라 조금은 옛날에 서서, 경외하듯 이 말을 쓴다. 사진의 근본은 그 대상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데 있다. 사진기의 전신인 카메라 옵스큐라 - 어두운 방-의 어둠을 선회하여, 너무도 명백한 것, 그리하여 환하고 아픈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바르트가 “밝은 방”을 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