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담배, 커피를 모두 안(못)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나요? 그게 바로 전데요. 어떤 분은 이 세 가지가 일상을 영위하는 필수 요소라고 말하더라구요. (인간의 3대 영양소는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여튼, 이렇게 살다보니 무언가 빠진 삶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우면 되거든요.(마셔보진 않았지만 무알콜 주류부터 원두 없는 커피(?) 등등) 그런데 저는 오늘 무언가의 빈자리를 다른 것으로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는 매년 3월과 8월에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우리 일상의 언어로 푸는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인데요.
저는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간단한데요.. 의지는 있지만 혼자 활동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이 자기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거죠. 그리곤 글을 쓴 사람들과 사회적 참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모임을 만듭니다.
올해 10월은 유달리 고민이 많이 들었습니다. TMI이지만 저는 J형 인간이거든요. ‘참사의 정의’부터 그 ‘확산과 논의의 방향까지 다 파악해야 하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기획을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렵게 하더라구요. 그러다 주변에 물어봤습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까지 곱씹어야 하는지’를요. 지난한 대화가 이어지고 나서, ‘아직 이 참사를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아서’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명이 좀 길어졌습니다. ‘이태원 참사, 어떻게 마주해야할까요?’인데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끼리 연대하자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진짜 고민이 있을 때 믿을만한 친구에게 ‘나 어떡하면 좋을까?’라고 털어놓듯이요.
그렇게 묵묵히 일상은 살아가지만 마음속에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100명을 만났습니다. 누군가는 글을 쓰고, 구두로 이야기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태원에서 아들을 잃었지만 이런 활동이 고맙다는 말을 전해준 유가족을 만났습니다. 몇 년 동안 이태원과 시청을 지키고 있는 기자와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10월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무언가 부재한 세상에도 너끈히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더라구요.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처럼 그 부재를 말로 표현 못 할 이들이 사라지면 그 빈자리는 상처마냥 남게 되는걸 발견했습니다. 아마 이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겁니다. 원두 없는 커피나 무알콜 맥주처럼 다른 것이 대체할 수 없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성서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저는 연대가 필요한 순간마다 이 말을 되뇌입니다.
우리는 누군가 연대해주지 않으면 내 바람대로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연대를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가 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상처받은 사람끼리라도 붙어있어야 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면 붙어라도 있자’라는 제 나름의 다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다짐이 친구와 동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존재 자체로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