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내뱉을수록 숨기 딱 좋은 거 같다. 블로그는 이웃 다음 서로이웃으로, 인스타는 비계정에서도 친한친구로. 얼마나 숨으면서 드러내야 맘이 편할까. 썼다 지웠다. 숨겼다 공개했다 하는 맘이 피곤해 가능한 남기고 싶지 않아진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미지는 더 숨기 좋을 줄 알았는데, 어디에 시선을 두는지 티가 나서 사진 속 나의 허세가 보이는 거 같다. 나도 모르는 나의 짠내가 진동할까 자주 도망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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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의 여정에는 꽁꽁 숨겨둔 무언가를 갑자기 뽐내고 싶어지는 충동을 마주한다. 어떤 날은 여드름 흉터가 보이는 사진을, 어떤 날은 겨털이 보이는 사진을, 어떤 날에는 엉엉 울던 글도 까 보인다.
자야의 초대로 메일링에 참여하기로 한 난 어떤 걸 보내야 맘이 편할까 무난한 걸 고민하다 부끄러워지지 않을 건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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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요즘 나의 일상을 얘기해 보자. 난 요즘 짝사랑 중이다. 연애 상대가 아닌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스럽게 볼 수 있구나 싶었을 때 짝사랑을 인정했다. 누군가를 먼저 사랑하기란 내 인생 흔치 않은 기회라 이 마음을 소중히 해보기로 했다. 뚝딱이는 내 행동에 주변 친구들이 놀라거나 놀리거나 둘 다 했다. 연락을 먼저 보낼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 괜히 모든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 말이 꼬인다거나, 오지 않는 연락에 힘들다거나, 자잘하게 의미 부여 한다거나. 유튜브에 ‘플러팅 하는 법’이나 타로를 쳐서 본다거나. 후후 이제는 짝사랑하는 친구의 말에도 공감할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짝사랑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 상대의 어떤 면도 상관없다 느껴지던 마음이 연애를 기대하면서 급속도로 빈약해진다. 상대의 반응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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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상담받고 있는 곳에서 오랜만에 심리검사를 했다. 그중에 TCI라는 기질 검사 결과가 흥미로웠다. 자극 추구가 99 (전국 상위 1%란다) 그리고, 위험 회피가 97이 나왔다. 기질은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거라 잘 바뀌지 않는다 했다. 난 새로운 것에 관한 호기심과 충동성이 아주 높은데, 일어날 일을 걱정하고 조심하는 기질도 아주 높아서 몸속에서 상충하느라 힘을 많이 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는 위험에 빠질 일은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단다. 이외의 성격 검사에서도 상충되는 것이 많았다. 선생님은 요즘 흑백 요리사 예능을 말하며 흑이나 백으로 구분할 수 없어서 섭외되기 어려운 사람. 그런 게 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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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받았다. 딱 떨어지는 단어를 찾지 못하는 게 나를 설명하는 거라니. 내가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까 난 여전히 숨고 싶은데. 완벽히 숨기에는 그럴 수 없다는 것도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도 알겠다. 애매하고 모호하게 드러내다 숨기다 내가 쓴 글에 상충되는 맘을 안고 그렇게 지낼 거다.
오늘은 여기까지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