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은 즐겨찾는 연락처에 등록된 벗입니다. 그의 전화만큼은 상태가 어떻든지 연락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언제고 제 일상에 끼어들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사람입니다. 도연은 언제나 제 마음을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도연에게 벗님 초대장을 보내지도 않고선 메일링 세팅이 끝나갈 무렵에야 “글 왜 안 주냐”고 독촉했어요.(🥕) 이런 뻔뻔함도 그저 ‘ㅋ’가 가득한 메세지 하나로 무마되는 사이입니다.
매우 다른 우리입니다. 함께 건너온 시간만큼 닮아지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가 나오면 자연스레 파트를 나눠 노래를 주고받습니다. 여전히 흰옷에 음식을 흘리는 허술한 우리지만 서로의 일이라면 세상 가장 똑부러진 사람이 됩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누군가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면 강력한 래퍼가 되어 수준급의 디스를 대신하죠. 결국 서로의 품속에서 자라났습니다.
자기 누나랑 붙어있기만 해도 괜히 왕왕거리는 점이는 좀 질투쟁이에 치사빵구인 멍멍친구인데요. 그럼에도 왕 크고 왕 귀여워서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도연은 점이를 만난 후 씩씩해졌습니다. 고민이 생기면 적정량보다 늘 다섯 마디 더 걱정하던 그였는데, 점이의 재롱에 정신없는지 한 마디로 줄었습니다.
이별이 정해진 사랑
조금의 찡찡으로 시작해도 받님들은 이해해 주시겠지요..? 제 글은 자야의 협바..ㄱ.. 이 아니라! 귀여운 조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글이라는 걸 학교 과제 이후로 처음 쓰는 저에게 지금까지 따뜻함을 주었던 벗님들의 소중한 메일이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이 벗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저의 비장의 무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 봅니다. 잘 써지지 않아도 저는 괜찮습니다! 저에게는 받님들을 홀려버릴 무적의 멍멍이가 있으니까요! 도와줘 점이!
헤헿
점이는 저와 6년째 함께 살고 있는 저의 사랑입니다. 그를 정말이지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가 주는 사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요. 제 인생 이렇게 털 한 올 한 올까지 열심히 사랑해 본 적은 처음입니다.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는 치명적인 꽃미모와 귀여움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분명 제가 자고 있을 때 거울을 보며 연습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매일 이 모습에 판단력이 흐려지거든요. 그와 마주할 땐 항상 정신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머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간식창고를 탈탈 털리고 말 겁니다. 그에게는 배 부분에 손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몸이 뒤집어지는
기능이 있는데요. 이때 살짝 보이는 이빨 꼬다리는 정말이지.. 고도의 계산하에 이루어진 그의 필살기입니다. 점이와 살아가면서 그의 삶은 저의 삶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아침 7시쯤, 저녁 7시 반쯤 밥을 챙기고 매일 산책을 합니다. 쇼핑을 하러 갈 땐 그와 함께 갈 수 있는지 알아보고요. 쉬는 날에는 어딜 가야 그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영화관에 가지 않고 점이랑 소파에 반쯤 누워서 OTT를 보느라 구독만 몇 가지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절대 제 욕심이 아니고.. 점이 때문입니다..정말로요..).
그도 저와 많이 닮아갑니다. 뭐든 조심하고 꽤 이기적으로 굴 때도 있습니다. 잘 맞는 동료를 만나면 정신없이 신나게 놀고, 저 나름 기준의 매너에서 벗어나는 상대를 만나면 저 멀리 돌아갑니다. 너무 많은 동물이 있을 땐 옆에서 가만히 앉아 그들을 관찰하는 모습도 저와 ****너무 비슷해 가끔 놀라곤 합니다. 바라는 게 있을 때 보내는 간절한 눈빛도, 택배 상자는 일단 기쁘게 맞이하는 마음가짐도 똑같다니까요.
우리는 서로의 일부가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저는 이 관계가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미리 걱정하고 미리 아파하는 게 저의 몇 없는 재능 중 하나거든요.
점이의 시간은 저의 시간보다 빠르게 흐릅니다.
모든 만남엔 이별이 있겠지만, 끝을 알고 하는 사랑은 생각보다 더 조급하고 불편합니다. 매 순간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살게 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제 맘 같지 않은걸요.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더라도 저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 거예요. 점이가 함께 있었다면 덜 게으르지 못한 저를, 함께 있지 못했다면 이유도 모른 채 기다리게 만든 저를 탓하겠지요. 인간동물 중심 사회에서 제가 점이 대신 내린 수많은 결정을 돌아보게 될 거예요. 많이 아플 것 같습니다.
이 재능 덕에 프로 회피러가 된 저이지만, 제가 우리에게서 도망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내일도 이 사랑스러운, 따뜻하고 고소한 털복숭이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후회할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게 사랑 아니겠어요?
그럼 저는 이만 이 털복숭이를 꼬옥 안고 머리끝까지 꼬순내 충전하러 가야겠습니다(자랑 맞아요 흐흐)! 이 끝없는 딜레마를 끊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