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지도 한참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요즘 제 손가락은 엄지만 매우 바빠요. 뇌에 신호가 도달하기 전에 손에 쥔 폰의 화면을 넘기고, 넘깁니다.
영상 중간 중간 ‘당신의 뇌는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삐용삐용 위험한 신호를 주는데 그럴때마다 그냥 한번 ‘으악!’ 하고 다시 넘기고, 넘기고, 넘깁니다.
넘기기 바쁜 세상, 쫓기도 버거운데 다정하게도 이 글의 다섯줄까지 읽어주셨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따숩습니다.
자야가 좋아서, 자야와 조금이라도 닿아있으려고(웃음) 호방하게 내 당장 글을 쓰겠노라, 그 영광을 주시라 했건만 막상 마감의 마감까지 손을 벌벌 떨었습니다. 다른거 다 몰라도 글 쓰는거 하나 자신있었는데 글짓기 대회 나가서 탈락 몇번 했다고 주눅들어서 글 놓은지도 오래고 어째 시간 흐를수록 스스로를 멈춰 세우는 일도 많아서 마음 편히 뭘 쓰겠다 한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참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막상 쓰려고 엉덩이 딱 붙이고 앉으니 자야의 따숩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힘이 납니다. 벗님에게 어떤 글을 전할까 고민도 한번에 해결됩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정리해볼까 하고요. 저는 자야를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람이 되면 자야가 되겠구나 늘 생각했거든요. 이 글은 그래서 그렇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자, 그래서 본격적으로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기록할 것인가, 하다 서론 쓰는 동안 그 마음 접었습니다. 태초의 기억을 거슬렀는데 어떤 기억들은 그냥 두어야지. 인생의 지혜가 발동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랑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의 마지막이 늘 같았다는 것은 남겨둘만 합니다.
사랑했던 것들 중 사람만 놓고 보면 심장이 터질만큼 좋아했던 첫사랑 언니도 깡소주의 맛을 알게 한 기타 등등들도 다시 보지 말자 가버릴 때 그렇게 매몰차더니 시간이 흐르면 하나같이 참 미안해했습니다. 저들이야 미안이고 나발이고 막상 저는 간이고 쓸개고 다 주고나니 잃기만 한 것 같아 늘 억울했는데, 생각해보면 제때제때 다 털어내서 남긴거 없이 후련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그게 제가 이긴 건 줄 알았어요. 나는 그때 최선을 다했기때문에 후회도 미련도 없다고, 너 참 꼬숩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내가 이겼네.그런 마음 들더라고요.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뭐라고, 이기고 자시고 그게 뭐라고, 너나나나 그때 그랬나보지 뭐- 하면 되는데 미안한 마음 들게 해서 오히려 내가 남은 짐 들려 보낸 것 같아 옹졸했다. 내가 얼마나 아니꼬왔을꼬. 뭐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내가 사랑했던 모든것들의 저에 대한 ‘미안’도 아마 그때뿐이었을지 모릅니다만, 새삼 이제 그만 안 미안해해도 된다고 이 자리를 빌어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벗님에게 수다 떨듯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정리도 한번 하고 여러모로 좋네요.(얼쑤)
모쪼록 저는 참 사랑하는게 많았습니다. 오늘 사랑했던 것들 중 사람만 이야기를 해도 주절주절 서론만 이만큼인것 같은데 아무렴요. 겁 없이 뭐든 좋아하고 똥이건 된장이건 찍어먹어봐야 알았던 감정들도 너 좋은거 하고 살아라, 니가 무탈하기만 하면 된다 하는 단짝을 만나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그래그래 좋은게 좋은거지. 겨우 하게 된걸요.
(오늘 이렇게 세상사 깨나 깨친것 같은 글을 남겨놨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나 상처줬던 것들 걷다가 코 한번 깨져라, 아득바득 이 갈던 사람이라 머쓱하네요. 사람 만들어가주셔서 새삼 감사합니다.)
여차저차 결론은 사랑했던 모든 것들 무죄, 가던 길 잘 가고 못가도 좋으니 남는 거 없이 우주 먼지가 되는 여정을 한올한올 평안히 느끼거라. 끝.
입니다.
받님들의 사랑했던 모든 것들은 무엇인가요, 받님은 전하거나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언젠가 어느틈엔가 느닷없이 알려주세요.
지금껏 사랑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익히고, 가늠하기만 했던 <사랑>을 알려줄 준비도 자신도 있는 미키가 받님께 달고 진한 안부를 전합니다.
언젠가 어느틈엔가 느닷없이 만나길 고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