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5.
오늘은 조리원에서의 마지막 밤.
내일 여누 워니 보나 빠니 우리 가족 완전체로 만난다.
설레면서도 너무 무서워..
집에 가면 진짜 정신없을 것 같아서 지금이라도 출산 당일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김보나/2023년 3월 25일 23:59 출생/3.15kg
2023.03.25.
아침부터 여누한테 잔뜩 삐져서 하루종일 눈물 흘림. 그냥 우는 게 아니라 임신 초기에 엉엉 울었던 것처럼 엉엉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이 났음. 이때 뭔가 내 상태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함. 그렇지만 이슬도 안 비치고 가진통도 없었기에 그날 바로 보나를 낳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음.
내 상태를 알아챈 여누가 바람 쐬러 가자고 해서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감. 변기에 앉았는데 골반에서 두둑 소리가 나더니 와이존에 엄청난 통증이 잠깐 스쳐 지나가고 약간 흰색의 물이 흐름. 양이 많지도 않았음. 느낌이 쎄해서 여누에게 양수색이 무슨 색인이 검색해보라고 함. 그러자 여누는 산부인과에 전화해서 정확하게 확인해보자고 하며 산부인과에 전화함. 그게 정확히 17시였음. 병원에서는 1시간 이후에도 계속 뭐가(양수) 흐른다면 병원에 방문하라고 함. 생리대를 하고 화장실을 나오자마자 배에서 진통이 느껴짐. 바로 진통 주기 어플을 켜서 체크하기 시작함. 여누는 이번에 진짜 아기가 나올 것 같다며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걸 먹고 가자고 해서 커피와 프랭크버거를 주문함. 그사이 출산 가방도 얼른 마저 챙기고 차에 넣고 옴. 여누 너무 긴장해서 화장실 들락날락ㅋㅋ
진통은 처음 7분 간격에서 4분까지 줄어듦. 보통 진통 주기가 5분이면 병원에 가라고 하는데 진통 주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며 나도 ‘아 이번엔 진짜인가’라는 생각을 함. 5시30분쯤 화장실에 갔더니 이슬도 비침. 보통 이슬 > 가진통 > 진진통 > 양수 순서 같던데 나는 가진통 없이 거꾸로 진행함.
⏰ 6:00 병원으로 출발. 차에서 급하게 호흡법을 유튜브로 공부함(급하게 배운 것 치곤 상당히 도움이 되었음). 차가 조금 막혀 6시 30분쯤 병원 도착. 가는 중에도 계속 진통이 있었음. 이때 진통이 어느 정도냐면 생리통 세게 올 때 정도? 여누와 웃으면서 대화하다가도 진통이 오면 대화를 멈추고 출산 호흡을 해야 했음.
병원에 도착해 바로 양수검사와 태동검사 그리고 내진을 진행함. (내진.. 할 말이 참 많다.. 너무 힘들지만 필수 과정.. 내진이 뭐냐면 의료진이 생식기에 손을 넣어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아기는 얼마나 내려왔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자궁이 많이 안 열렸고, 진통도 세게 오지 않았지만(의료진 피셜) 양수가 터졌으니 출산 준비를 하자고 함. 그러고 가족분만실로 이동. 이때 여누는 빠니를 반려동물호텔에 데려다주기 위해 집에 다시 감. 가족분만실 가자마자 닝겔 꼽고, 회음부 제모하고, 관장까지 물 흐르듯 지나감. 제모나 관장이 되게 민망하다고 하던데 별로 민망하진 않음.
여누가 다시 돌아오고 태동검사 및 내진 진행 후 의사 선생님 방문. 진행이 더뎌서 내일 아침까지 애기가 안 나오면 촉진제 투여해서 낳자고 함. 이때가 8시쯤이었던 것 같음. 정말 피하고 싶었던 유도분만을 해야 하나 걱정과 두려움에 우울해질 뻔했는데 갑자기 억울해짐. 아니 나 이렇게 아픈데 왜 아직도 진행을 안 했다는 거지? 이거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그럼 나 내일 아침까지 이렇게 아파야 한다는 거야? 한참 이 생각에 빠졌을 때 간호사 선생님이 방문했길래 나 많이 아프다고 말함. 글로 쓰니까 우스운데 “선생님 저 많이 아픈데 진짜 진행 많이 안 했나요?”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음. 그렇게 태동검사 또 하고, 내진도 진행함. 그러자 자궁문이 3cm가 열렸다고 함. 이때가 9시 40분이었음. 보통 자궁문이 4~5cm가 열리면 무통주사를 맞는다고 무통주사 맞을 준비를 함. 이때 진통이 어느 정도냐면 일단 생리통처럼 아픈 건 넘어섰고 아플 때마다 내 손에 잡히는 건 쥐어뜯어야 함.
⏰ 10:30 자궁문이 4~5cm 열려서 무통 주사를 맞음. 허리에 주사를 꼽는 거라 꽤나 아프긴 했음. 그래도 이것만 맞으면 무통천국을 경험하겠구나 큰 기대를 안고 참음. 무통 효과가 오는데 1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마음속으로 10분만 참자고 다짐함. 근데 진통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세짐.
⏰ 11:00 11시부터는 진통이 올 때마다 크게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 소리라도 질러야 진통이 좀 줄어들 것만 같았음. 내 소리를 듣고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 내진하더니 7cm가 열렸다며 본격적인 출산 준비를 하기 시작함. 힘주기도 해야 한다며 시키는데 진짜 세상 이런 고통이 있을 수가 없음. 이전에 느끼던 진통과는 또 다른 엄청난 아픔이 시작됨. 배가 아픈 건 아픈거고 너무 아파서 소리 지르고 힘들어하는데 진통 제일 세게 올 때 내진을 해야 정확하다며 진통+내진의 고통을 동시에 느껴야 함. 본격적인 힘주기는 가장 고통이 심할 때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읍”하며 숨을 참고 10초 이상 배에 힘을 줘야 함. 이때 얼굴이 아니라 배에 힘을 주는 게 포인트임. 진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포기한다고 말할 정신도 없음. 그냥 이 고통이 빨리 끝나길 바라며 열심히 힘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음.
⏰ 11:20 담당 의사선생님 호출
⏰ 11:35 여누 옷 입고 분만실 불을 끄고(르봐이예 가족분만) 진짜 최종 분만 준비 완료 후 의사선생님 등장. 이때 힘주기 할 때는 골반에 뭐(애기머리)가 걸렸다는 느낌도 들었음.
⏰ 11:59 진통이 올 때마다 계속 힘주기 하는데 갑자기 의사 간호가 선생님들이 급하게 “힘 빼세요”라고 함. 자연분만에 무지했던 나는 힘 빼라는 말이 진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건가 라고 생각함. 근데 힘을 빼자마자 밑에서 애기가 쑥-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짐. 솔직히 그 이후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음. 여누가 와서 고생했다고 안아주는데 나는 “드디어 끝났다. 나 이제 안 아파”라는 말을 반복함. 그리고 애기를 낳자마자 내 품에 데려와 보여주는데 감동이라기 보단 그저 신기함. 내 배 속에서 꾸물꾸물 대던 생명체가 진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