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理(진리)를 기뻐하는 우리 손녀에게
1999.03.03.
매사에는 기한이 있고 때가 있듯이 어린 아이들의 지각에도 성장하는 과정 또한 무상함과 오묘함이 무진무궁함을 알 수 있음이라.
하늘의 축복으로 생명의 띠를 띠고 내 가정에 태어난 너. 장차는 보고 듣고 배우며 건강하고 지혜롭게 잘 자라기를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양육을 부탁하고자 간구하는 심령을 담아 몇 자를 적어 남겨 두고자 하노라.
고요한 숨결로 조용하게 몸짓하던 출생 첫날에 너의 고운 얼굴과 평화스런 모습은 정녕 기뻐하는 천사의 미소 그 자체였어라.
하루 이틀 지나고 안식일이 되던 날에 살며시 미소 지으며 엄마 품을 찾던 네가 어느새 모유의 참맛을 맛들이고 오물오물 예쁘게 입놀림을 할 때면 송이송이 땀 이슬이 어느새 콧등에 맺혀 있고 못 보던 눈이 밝아져 보이는 듯 초롱초롱 눈망울엔 섬광같이 빛남이 영롱하게 밝음이 되는구나.
백일이 지난 어느 봄날 이른 아침에 사랑스런 나의 손녀에게 아름다운 세상 풍경 그 맑은 정취를 어린 너의 추억 속에 소복이 담아줄 량하여 시청 앞 공원으로 첫 나들이 나섰을 때에 아직은 어린아이라 무슨 의식이 있을까하여 혼자만의 생각으로 무심히 갔었는데 엄마 품 떠나있음을 어찌어찌 알았을꼬.
어리디 어린 네가 엄마의 짙은 향을 후각으로 알았더냐.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사방을 두리두리 초조한 듯 살피더니 항의라도 하려는가. 호소라도 하려는가. 딸꾹질 연신 하더니 거친 울음 터뜨리네. 울음소리 메아리 되어 광장 하늘에 울리는데 다급한 할머니 재촉으로 차를 돌려 집에 가서 엄마 품에 안겼더니 언제 울었던 덧 고요한 미소가 생긋생긋 평안이 넘치도다. 아마도 엄마 품을 낙원으로 천국으로 여김인 듯 하여라.
한결같은 가족들의 기도로 잉태된 너. 소망 중에 태어나서 오늘도 쑤욱쑤욱 소리 내며 잘도 자라는 너의 모습 보자 하니, 정녕 하나님의 축복과 기쁨을 함께 한 너로다.
사랑하는 우리 손녀는 지각이 뛰어나고 그 지혜와 총명이, 그리고 아름다움까지도 갖췄음을 보노라면 필경 너는 귀(貴)함이 있는 나의 손녀로다.
잼 잼, 도리도리, 곤지곤지 배워 익히더니 어느새 두 손 높이 들고 할렐루야 외쳐 따라하고 입술 모아 옹알대며 기도하는 흉내 볼 량이면 정녕 하늘에 천사와도 닮았어라.
자식 키우는 부모마음 다들이야 있겠지만 나 또한 기쁨과 즐거움이 하늘만큼 땅만큼 나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도 흔들어 차고 넘치니 참으로 행복이 충만함이로다.
지난 세월 자식들 키울 때에 오방고 소린 들은 바 있으나 사전에도 없는 ‘뻐지’라는 말을 처음 들음인 것을 보자 하니 아마도 우리 손녀 만의 재롱스런 방언인 모양이로다.
부를 때에 뻐지 뻐지 헤어질 때에도 뻐지~. 그 말이 무슨 말인고 하였더니 할아버지란 말의 앞의 둘을 빼고 뒤의 말 두자만 하는 거라고 에미의 귓속말을 듣고 보니 참으로 재미있고 일리 있는 말이로세.
그래도 벚꽃나무 열매 뻣지가 아닌 것만이라도 오호라, 다행스러움이 아니겠는가. 고운 것. 귀여운 것. 사랑스런 나의 손녀야! 한 치 남짓 예쁜 혀를 좀더 빨리 움직여서 할머니라 부르듯이 할아버지라고도 예쁜 소리 내어 불러볼 수 없겠느냐.
그러한들 어떠하며 저러한들 어떠련만 오늘도 뻐지 뻐지는 업어주고 안아주고 뽀뽀도 하여주며 더 더욱 사랑하며 예뻐해 주려 하노라.
사랑하는 나의 손녀야! 지혜로운 이진아! 너는 진리를 알고 기뻐하는 슬기로운 우리 가문에 유일한 공주이니 천사다운 성품으로 우아하게 잘 자라서 기존의 세상 행락들은 허세쯤으로 여기고 높은 곳에 푯대를 향한 수고와 노력으로 자신 있게 도약하고 성공해서 해아래 있는 모든 행복을 마음껏 찾아서 후회 없이 누리어라.
오늘도 새로운 모습으로 곱게 자라나는 너의 모습을 자랑스레 지켜 바라보면서 장손에 해당하는 축복을 이 뻐지 뻐지가 주의 이름으로 주고자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