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은 항문 근처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치질은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요. 항문선이 파열, 찢어지는 치열과 항문샘이 병원균에 감염되어 농양 염증 등으로 분비물이 나오는 치루, 항문 주변의 혈관이 결합을 이루어 돌출되거나 출혈을 보이게 되는 치핵이 있습니다. 근본 원인은 중력에 의한 항문 압박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로 사무실이나 학교의 의자, 화장실 등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거죠. 매해 수술 빈도수가 백내장 다음으로 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술이면서 한국인의 30퍼센트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세 사람이 모이면 그중에 한 명은 알게 모르게 치질 관련 질환을 앓고 있다는 말이 되겠네요. 이 말은 제 덕분에 지금 글을 읽고 계신 여기 두 분은 치질 없이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제가 누군가의 소중한 하루에 왜 이런 일률적인 정보로만 가득한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사실 원래는 사랑이나 우정, 자연, 치유에 관한 멋들어진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알 수 없는 것들을 알 수 있는 것들처럼 순간을 영원처럼 불합리적인 것을 합리적이게 쓰고 싶었습니다 근데, 메모장만 열면 계속 치질이란 단어가 맴도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요 수술받았습니다 이미. 하지만 수술받은 지도 벌써 몇 개월이 지났고, 거의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인 식단과 건강으로까지 복귀한 저인데 왜 자꾸 치질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도는 걸까. 왜 나는 그걸 이 글에다 적고 싶었던 걸까 며칠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알아낸 것입니다. 치질 수술은
연인이 이별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첫 번째 단계로는 상처가 있습니다. 예감된 이별 속에 마음이 찢어지고, 다툼 속에 상처가 되던 말이 혹처럼 매달리기도 하며, 때로는 혼자가 될 것 같은 공허함이 구멍을 뚫는 것. 이 병은 조금 더 물리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와 같은 증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상황의 당일입니다. 두 가지 다 모든 치부를 드러내기 시작하면 이내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은 없어지고 아픔만 남습니다. 빨리 이 아픔이 해결되기만을 바라요. 병원에서도 마지막 만남에서도 주위의 시선들은 신경을 쓰지 않게 됩니다.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으니까요.
세 번째 단계는 직후의 아픔입니다. 맨 처음에는 온전한 상황의 인지가 덜 된 채로 무감각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 그 고통에 몸부림치게 됩니다. 다른 어떠한 것도 생각나지 않고 아픔과 후회로만 가득 찬 얼마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 단계의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일주일에서 긴 사람은 일 년을 넘어가기도 합니다.
네 번째 단계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직은 찌릿한 느낌이 남아있지만, 그래서 때로는 아픔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덤덤함 속의 파편입니다. 이쯤 되면 일상생활을 불편함 없이 하게 됩니다. 이전과 똑같아지죠. 덤덤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아집니다. 다만, 가끔은 생각이 납니다. 다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파편으로 자리 잡게 되는 거죠.
어쩌면 저는 지금 마지막 단계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생각이 난다면 굳이 억지로 지우려고 하지는 않는 그 단계를요.
치질 예방의 방법으로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지 말기, 그리고 규칙적인 수면(새벽 한 시 삼십 분에 쓰고 있는 글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건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항상 자신의 건강을 먼저 챙기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가슴 어딘가에 묻어놓고 싶지 않다면요.
그게 병이든 또는 무엇이든요.
그럼 이제는 활기찬 엉덩이와 함께 인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또는 만나지 말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