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비는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앙큼쟁이입니다. 우리의 관계는 느슨하면서도 촘촘합니다. 우리의 대화는 늘 같은 기승전결이 반복됩니다. 제가 승비를 귀여워하면 승비가 본인을 귀여워하는 저를 귀여워합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같이 인류애를 부정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매번 대화가 이렇습니다.
승비와는 일을 여러번 함께 했습니다. 제가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떠올리는 동료 1순위거든요. 능력, 가치, 센스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습니다. 특히 그가 PD로 참여하는 다큐를 매우 좋아합니다.
올해 초 승비를 인터뷰한 적이 있고, 당시 저는 이런 소개글을 남겼더랬습니다.
“승비를 보면 고양이가 떠오른다. 혼자만의 시간을 한참 즐기다가 보고싶어서 쓰러질 때쯤 나타나 내 곁을 지킨다. 분명 집 밖에 절대 나오지 않은 듯 한데 어느새 멋지게 자신만의 사회를 꾸려내고 있다. 아파 보이길래 걱정하면 이미 스스로 회복방법을 찾아낸 후이고, 사람을 미워하는 것 같은데 동시에 엄청 사랑하고 있다. 특유의 유연함과 명확한 호불호를 가진 것까지 그들은 닮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내가 매우 매력적으로 느끼는 존재라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일 것이다.“
"내가 소녀일 때 '나답게'는 사회가 규정하는 '소녀답게'와 싸우며 협상한 결과이고,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을 때 '나답게'는 사회가 칭송하는 '엄마답게’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아 몸부림친 과정이다. '나답게'는 그렇게 생애 모든 단계에서 투쟁하고 타협하고 뛰쳐나가고 피 흘리며 항복하면서 구성되고 또 재구성되었다. '나답게 늙어가기'란 '나답게 살기 위해 경험한 그 모든 과정에서 배운 것을 기억하며, 그것의 되새김질 속에서 늙어감과 노년 되기와 노년으로 살아가기를 수행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