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이는 마공이와 동거하는 비인간동물입니다. 10년 전, 집에 하얀 솜 같은 게 있었고 그는 몽이가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만큼 저는 몽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압니다. 특권처럼 느껴지는군요!
몽이는 썩은 찐감자 냄새가 납니다. 구수하고 쿱쿱한 냄새입니다. 모든 인간동물은 그 냄새를 킁킁 맡곤 합니다. 오래된 품 같은 냄새거든요.
몽이는 포근하고 따뜻한 곳을 기어코 찾아냅니다. 그 속에 자기 몸을 돌돌 말아 넣습니다. 인간 마공이의 품에도 잘 들어오는데 코를 박고 자다가 더워지면 기어 나갑니다. 바람이 숭숭 들어가도록 몸을 길게 늘립니다. 숨도 깊게 쉬고 팔다리도 힘껏 쭉 뻗습니다. 몽이가 제 발밑에서 잘 때는 미안함을 느끼고, 머리맡에서 잘 때는 재미를 느낍니다. 발밑으로 내려간 건, 너가 뒤척여서 나를 귀찮게 한다 이 뜻이거든요. 머리맡에서는 꼭 풍선 하나가 둥둥 떠다니는 느낌입니다. 포근한 베개는 될 수 없어도 포근한 꿈이 되어줍니다.
몽이의 털은 하얗습니다. 털을 몽땅 자르면 분홍빛을 띱니다. 털을 몽땅 기르면 누런 털도 비칩니다. 산책할 때는 까만 신발을 신은 것처럼 때가 묻곤 합니다. (버큼아띠의 발바닥 전용 비누 추천합니다!) 몽이의 눈은 커다랗고, 코는 대충 색칠되어 있습니다. 초콜릿이 박힌 것 같은 코 경계에는 촘촘한 점들이 있습니다. 저는 볼과 귀와 코를 갖다 대고 그의 콧바람을 느낍니다. 느린 선풍기 같습니다.
몽이가 밥을 먹을 때는 꼭 한 줌을 입에 물고 그릇 밖으로 나갑니다. 입으로 퍼온 밥을 떨어뜨리고 다시 하나씩 먹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심보일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몽이가 한 알씩 씹어 먹는 소리는 경쾌합니다. 아그작, 아구작, 아크작, 아작 합니다. 모든 동물이 그렇듯… 몽이 또한 식탐이 어마무시한데, 제 손 또한 재빨라서 '떨어진 음식 먼저 잡기' 게임을 하면 제가 이기곤 합니다. 입이 빠른가 손이 빠른가? 손이 빠릅니다! 아니 발이 빠릅니다!
몽이는 밖을 걸을 때 다른 이의 변 냄새를 맡곤 합니다. 싸는 척도 잘하고요. 자기 방구에 놀라기도 합니다. 몽이가 집에서 poop 할 때는 엄청나게 다급해지는데 저는 그것을 음미합니다. 클래식을 틀어줄까도 생각합니다. 그의 다급한 발소리, 발톱이 바닥을 달리는 소리가 경쾌합니다.
몽이는 손님을 환대할 줄 아는 이입니다. 엄청난 환영을 꼬리와 앞발로 드러냅니다. 나를 만날 때와 상반된 반응이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오래된 우리 사이를 증명하는 일일 테니까요. 그리고 몽이는 꽤 괘씸해서 손님이 떠나갈 때쯤은 저에게 옵니다.
몽이의 의사 표현은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나가자, 밥 달라, 네가 먹는 것도 달라, 물이 없다, 일단 뛰자!, 잠 좀 자자, 나를 만져라, 내가 들어가겠다, 문을 열어라, 심심하다, 왔냐, 놀 거 없냐, 저것을 던져라!, 나 지금 편안하다, 덥다, 나를 안아라, 나를 귀찮게 하지 마라, 눈싸움 하자, 맛이 없다, 저기 가자, 나 몹시 흥분된다, 나가지 말고 나랑 집에 있자 이런 표현을 전하곤 합니다. 간지럼을 태우고 싶지만 벌러덩 누워버리는 몽이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방문을 앞두고 대치할 때입니다. 몽이는 문을 열어달라고 문을 긁습니다. 저는 몽이가 코를 비비며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살짝 엽니다. 그러면 문틈 사이로 몽이의 코가 등장합니다. 몽이는 코를 돌리고 머리를 끼우고 힘차게 들어옵니다. 다시 내보내려고 장난치면 온몸에 힘을 주고 안 나가려 합니다. 작고 가여운 힘 쪼가리에 피식 웃음이 납니다. 가끔은 자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지는 않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몽이에 대해 모르는 게 많지만 우리가 공유하는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저는 몽이와 지내며 배웠습니다. 몽이는 취향이 될 수 없다고요. 동물을 좋아한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의 소개가 길었네요. 몽이는 오늘 어떤 말을 벗님들에게 들려줄까요? 인간의 말이 길다는 게 그와 저의 위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몽이가 인간동물중심 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라며 그를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