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더 튼튼하고 보기 좋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가지치기는 손상된 가지를 제거하여 새로운 성장을 도와주고 넓은 그늘을 만들거나 높이 자랄 수 있는 모양을 만들어 준다. 적절한 시기에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점점 많은 가지가 생성되다가 서로 엉키면서 상처를 준다. 절대적인 가지의 수가 많다고 나무가 건강한 게 아니다.
우리의 마음 건강도 나무의 건강과 비슷하다. 긍정적인 감정은 많이, 부정적인 감정은 적게 느낀다는 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두 종류의 감정을 자신에 맞춰 적절하게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볼 수 있는 죄책감과 불안감도 수준에 따라 도움이 되곤 한다. 적절한 수준의 죄책감은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과하지 않은 불안감은 더욱 꼼꼼하고 세심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이처럼 두 종류의 감정을 이분법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상반된 반대개념이 아닌 그저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감정의 적정선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개개인마다 유독 취약한 감정이 있다. 특히 난 죄책감과 불안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미 지나간 기억을 되짚어 보며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타인이나 상황을) 너무 힘들게 만든 것 같아.'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마치 생각의 가지가 자라는 것처럼 과거에 대한 죄책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서로 엉킨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아직 마주하지 않은 미래는 알 수 없다. 서로 엉키며 상처를 주는 생각의 가지엔 현재가 존재하지 않아 후회와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이럴수록 현재를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변화할 수 있고, 미래와 달리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생각의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계속 반복되는 패턴의 고리를 현재에 끊어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시간을 투자하고, 의지를 끌어올리는 연습이 필요하지만, 간단하면서 효과가 좋다.
크게 두 가지 퀘스트만 깨면 된다.
첫 번째, 생각의 가지가 자라나는 자신의 패턴을 인식한다. 예를 들면, 나는 '불안을 느끼게 되는 상황에서 → 자책을 한다 → 불안감을 느낀다' 라는 패턴을 발견했다. 혹은 ‘내가 또 이러고 있네?’라는 문장을 한번 떠올리기만 해도 된다.
두 번째,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논리적인 질문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죄책감때문에 느끼는 후회는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 그 상황을 바꿀 수 있어?’라고 질문하고,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답을 도출한다. 불안감으로 인한 과한 추측은 ‘지금 이 생각이 팩트야? 추측이야?’라는 질문을 던지고, 추측이라면 정확성이 떨어져서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는 답을 도출하며 생각을 멈춘다.
생각의 가지치기는 각자에게 맞춘 방식으로 가지를 자르면 된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생각에 그저 무력해지지 않길 바란다. 좀처럼 내 맘대로 되지 않은 감정은 자연스럽고 모두가 느끼고 있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변화할 수 있다.
모두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