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그 사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색을 떠올립니다. 문은 처음으로 어울리는 색이 곧바로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곁에서 오래 지켜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문은 이 세상이 만들어낸 알록달록한 색 전부가 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걸요. 그 모든 색이 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데도 찬란하고 편안합니다.
문과 간단한 그림 심리테스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집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창에 활짝 열린 대문, 바글바글한 손님들의 흔적을 그려냈습니다. 딱 문을 표현하는 그림이었습니다. 솔직하고 명료하고 밝은 벗입니다. 문은 디자이너입니다. 그림은 물론, 공간도 디자인합니다. 그의 손길이 담긴 작품을 보면 마치 문과 대화하는 것 같습니다.
긍정으로 살아가기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평소에 자주 쓰고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세상에 예측가능한 일만 일어나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싫은 일, 무례한 일, 감정이 상하는 일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나만의 일상을 공유해본다.
Part.1 회사에서 긍정으로 살아가기
- 대표님과의 야근 : 입사한 지 6개월도 안 됐을 때의 이야기다. 작은 스타트업은 분야 따지지 않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고, 나를 제외한 직원들은 거의 매일 자의적, 타의적 야근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도 드디어! 야근의 기회가 왔다. 어느 정도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무렵 새로운 프로젝트 준비에 한창 바쁠 때였다. 저녁 7시 모두가 퇴근을 했다. 디자인팀 그리고 대표님만 남은 야근이 시작됐다. 언짢은 감정보다는 설렘이 컸다. 나도 야근을! 어두워진 창밖 풍경도 괜히 야경처럼 느껴지고 텅 빈 공유 오피스의 라운지도 내가 전세 낸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았다.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대표님과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시간이 늦어질수록 왠지 파자마 파티하는 기분에 신이 났다. 그렇게 자정이 돼서야 나는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선임은 걱정과 미안함으로 가득했지만 나는 야근이 즐거웠다. 나쁘게 생각하면 한없이 나쁠 수 있지만, 일한 만큼 배우고 성장한다고 봤을 때 나는 몇 시간을 더 씀으로써 남들보다 더 성장 했을테니! 돈 받고 배울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닌가.
- 그냥 야근 : 이건 부쩍 최근 일이다. 야근의 맛을 요즘 들어 자주 보고 있는데, 모두가 퇴근하고 홀로 남은 사무실은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내 세상이 따로 없달까. 우선 2000년대 초반 심금을 울리던 발라드 명곡을 스피커폰으로 크게 틀 수 있다는 것, 좋아하는 저녁 메뉴를 골라 사무실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 시간에 좇기지 않고 나만의 템포에 맞춰 일 할 수 있다는 것. 생각 해보면 퇴근 후의 업무가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작업 도중 파일 날라감 : 디자이너에겐 그래선 안 되지만 밥 먹듯이 일어나는 일이다. 당연히 사람인지라 욱하는 감정이 먼저 들지만 이런 일 덕분에 나는 매일 기억력 기르는 연습을 한다. 작업 과정을 모두 외운달까. 다 날라가도 기억을 더듬어 다시 작업할 수 있도록. 그리고 파일을 미리 복제해두는 치밀함까지. 극강의 P에게 계획적인 면이 생겼다. 오히려 좋은 게 아닐까?
- 커피 쏟음 : 회사 선임이 작업하다 커피를 쏟았다. 선임은 당황해하셨다. 나는 나름의 위로를 건네며 선임의 책상을 닦아드렸다. “괜찮아요! 덕분에 자리에서 커피향도 나고 잠도 깨고 맑은 정신으로 다시 일하면 되죠!” 선임은 다행히 웃었다.
Part.2 일상에서 긍정으로 살아가기
- 만원 지하철 : 출퇴근 지하철은 대게 지옥철이라고 불린다. 사람이 빽빽해서 좁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겨울에 지옥철은 오히려 좋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따듯하다. 핫팩 없이도 후끈한 출퇴근에 몸이 스르륵 녹는다. 또 지옥철은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몸소 느낄 수 있어 좋다. 내가 느끼는 출근의 고통은 별거 아니구나! 모두가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달까.
- 층간소음 : 웬만해서 제일 참기 힘든 층간소음. 퇴근 후 윗집에서 들려오는 층간소음은 정말이지 나를 성격파탄자로 만들 때가 있다. 우다다다 달리는 소리로 미뤄 짐작해 봤을 때, 윗집에는 어린이가 사는 듯하다. 아빠는 늘 차분하게 위에 사는 어린이가 참 건강하고 행복하게 크고 있는 것 같다며 층간소음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너도 어렸을 땐 많이 뛰어다녔다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자고!
일화들을 나열해 보니 참 세상 일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애써 싫어하고 힘들 이유가 전혀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오늘 하루 긍정으로 살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