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서너 번 떠나는 경험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익숙지 않은 이별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진짜 끝이다! ‘라는 쾌감이 다소 흐려진 탓이다. 혹은 또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혹은 설렘?)도 한 몫 한 듯하다.
2021년 2월, 학사 졸업이었다. 졸업 직전부터 모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곳에서 2번의 입퇴사 처리가 되고, 2023년 2월로 최종 퇴사를 찍었다. 약 7년 동안 같은 곳에서 돈을 쓰고 돈을 벌게 된 셈이다. 대학 생활을 영위하는데 쓰인 돈 보다 일하며 번 돈이 더 많아질 즈음부터는 탈출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하는 직장인이 되어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제시되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였지만, 근무 종료일이 존재하는하는 탓에 끝을 바라보며 버틸 수 있었다. 계약직이라는 신분이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남들은 꿋꿋이 20-30년도 일하는데, 고작 2년 남짓 일했다고 나가떨어진 내 모습이 조금은 웃기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안 올 것만 같던 계약만료일이 다가오니 아침부터 진실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두침침한 사무실도, 허튼소리를 꼬박 해대는 상사도 그저 아름다워 보였다. 마지막 날 전체 인사를 돌리고 무거운 짐과 함께 나오며 이제 진짜 최종이라고 다짐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자유의 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섭섭함도 퍽 밀려왔다. 자리를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이별, 정말 끝이라는 새삼스러움, 그리고 내가 사람을 위해 회사를 위해 애쓰던 순간의 회상….
쉬운 일도, 재미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생활에서의 재미는 찾고 싶었다. 지루한 일상에 찾아온 노잼시기를 무사히 넘길 방법이 필요했다. 학교와는 달리 아무도 나를 이끌어주지 않는 회사에서 안정감을 찾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연결’이었고, 사람과 가까워지며 소속감을 찾았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2년이 흐르니 나의 떠날 채비에 아쉬워해주는 사람이 있었고, 마음을 나눈 사람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회사 생활의 한 순간에서 내가 건넨 인사를 반가워 해주었길, 그들의 회사생활에서도 한 줌의 재미가 되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4번째 떠남. 7년 동안 학교에 머물다 이제야, 비로소, 졸업했다.
당분간은 갈망하던 자유를 누리며 계획 없이 살겠다고 단단히 말한다!
자, 이제 어디로 가지?
[부록] 떠나며 남긴 퇴직인사 中
입학 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곳이기에 막상 퇴직할 때가 되니 아쉬움도 남습니다.
학교를 졸업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모교의 앞날을 응원하는 동문으로 살겠습니다.
(...)
또 다른 인연으로 재회할 수 있기를 바라며,
ㅇㅇㅇ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