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산 아래 사는 어린이들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곳이자 어른으로 책무를 다해야 하는 관계는 축적된 경험만이 친구를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떡볶이를 먹고 음료 한 잔을 들이키며 지역 축제에서 골든벨을 외쳤습니다.
아랑은 할리갈리를 무척 잘합니다. 재빠르고 단단한 손아귀로 제 손을 쉽게 치워버립니다… 진짜 아픈데 참습니다. 아랑이는 맏이의 역할에서도 자기 것을 챙겨내어, 스스로에게 억울함을 쌓지 않을 줄 압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랑이에게 강단 있는 태도를 배웁니다. 작년에 그는 유관순을 존경하고, 비 오는 날 집에서 과자 먹고 노는 일을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계속 바뀌어 갈 단어, 문장, 그 순간들을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지연이는 “동물도 생명이다”는 문장을 써내는 어린이입니다. 저를 쫄래쫄래 따라와서 “심심해요”를 반복하고, 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연습합니다. 지연이는 분위기를 살필 줄 아는 멋쟁이입니다. 기력이 없는 날에는 저보다 훌쩍 커버린 지연이에게 기대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는 오스트리아로 여행 가기, 독도 가보기, 완강기 타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또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린이들과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늘 고민합니다. 어려울 때는 내가 어린이였던 시절을 자주 떠올려봅니다. 모든 것이 커다랗고 모든 것이 지나가고 모든 것이 잊히는 시절 속으로 가봅니다. 내가 만나고 싶었던 어른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되살려보고 그 사람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어린이들의 세계에서는 이 순간이 2초는 될까 싶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오늘입니다. 친구들의 생일에는 기타와 피아노로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어린이들, 이제 막 중학교를 입학하고, 이제 초등학교의 끝을 다니고 있는 어린이들의 찰나의 순간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