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퇴근하기 귀찮았던 날에, 가사를 끼적여 보았습니다. 한 일터에서 한 노동자가 2년을 연속적으로 노동하면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되기에, 공공연히들 1년하고 11개월만 계약하는 개같은 파렴치함이 한편으론 웃기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가사입니다.
당장 공공기관부터 1년 11개월 계약서를 23개월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미는데 어느 사장이 2년 정규직 전환을 지킬까요. 20년 동안 같은 곳으로 출근하지만 매년 초심을 잃지 않게 강제로 도와주는, 마치 늘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처럼, 그렇게 짜릿하게, 기간제법은 스릴과 두근거림을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가사 신경 안 쓰고 들어도 얼추바리 말랑말랑 사랑 노래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사만 넣어도 노래를 완성해 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suno AI’에 가사를 기입하고 단 하나의 키워드 ‘어쿠스틱’만 넣으니 이처럼 완성도 높은 노래가 나왔습니다. (한 번도 수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제 취지가 나름 잘 구현된 것 같아 뿌듯한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의 서늘함도 느꼈습니다.
오늘날 우리 세대 노동의 형태에는 ‘불안정노동’이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작은 사업장에서, 프리랜서로, 개인사업자로, 비정규직으로, 가짜 사장 밑 하청노동자인 우리들의 일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우리의 일터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높은 확률로 우리 개인들의 탓이 아닐 겁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맙시다. 사회에 따집시다. 이 사실들을 가볍게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웃긴 노래였으면 싶습니다.
노동계약을 해보신 분들이면 알 테지만, 대개의 정규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비정규직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내용이 적시된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이 있습니다. 더 나은 노동을 위한, 사람답게 살기 위한 투쟁에는 끝나는 날이 없습니다. 투쟁함으로써 사랑합시다. 보다 더 자세한 사랑 이야기는 1577-2260 민주노총 무료 노동상담을 통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