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광화문, 누군가 슬쩍 옆으로 오더니 "페이스북에서 봤어요. 친해지고 싶어요" 다가오더군요. 다운이었습니다. 그는 제가 다니는 학교의 입학을 앞둔 신입생이었죠. 그의 말처럼 우린 정말 친해졌습니다. 학생회를 하며 거친 풍파를 같이 맞았어요. 눈물콧물 짜내며 연극 한 편도 같이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그의 첫 해외여행도 함께 했습니다. 다운의 다가옴이 없었다면 이 많은 행복과 추억은 없었을 거예요.
그는 샤워를 굉장히 오래,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오래 합니다. 여행 중 기다리다 지쳐 대체 그 안에서 무얼 하냐 물었습니다. 이야기를 한 편 뚝딱 만드느라 그랬더군요. 다운은 프로상상러입니다. 온 재미난 상상을 다 합니다. 창문을 보고 범죄스릴러 소재를 떠올립니다. 그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책을 발행하는 상상을 합니다. 곧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죠. 자신의 책으로 인해 모방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이에 연루되는 상상까지 이어집니다. 그래서 억울함을 풀기 위한 최후발언을 미리 준비하고…(이하생략) 결국 스스로 진범을 찾는 상상까지 엄청 진지하게 해냅니다. 저는 다운을 ‘작가’라고 부르는데요, 끝없이 확장되는 그의 상상이 언젠가 끝내주는 소설로 나올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초대자 자야의 생일입니다. (제목 속 다예, 당케, 자야는 모두 한 사람을 뜻합니다.) 하필 1일에 태어난 바람에 가을호의 첫 시작으로 깜찍한 깜짝 축하메세지를 열어봅니다. 여름호에서 보내드린 마공의 생일편지 이후 초대자들의 생일을 또 받님과 함께 하네요. 고맙습니다. 부끄러워할 자야 그리고 소개글을 이미 상상한(!) 다운이 소개도 직접 남겨주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자야의 소개글이 어떨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아서 조금 제 소개를 덧붙입니다. 저는 이번에 ‘진zine’을 만들었어요. 진을 분명하게 무엇이다라고 소개하긴 어렵지만, 제 사전으로 설명하자면 ‘내 마음대로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진메이킹’을 검색해 보시거나, 인스타그램에서 @abc_zine_project 계정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자유를 원하는 인물입니다. 이름의 뜻인 ‘나다움’처럼 정말 나답게 살고 싶어서 더 자유를 갈망하고 있어요. 제가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면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진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럴려면 저는 우선 게으른 완벽주의로부터 자유를 찾아야 합니다. 나중에 스스로 진메이커라고 소개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는 것에 성공한다면, 자야를 통해 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진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예는 재주많고 사랑스럽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기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이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왜 진에 루피가 등장하냐면요, 제가 루피를 많이 닮아서입니다. 진짜 끝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예 당케 자야를 축하하며
자야에게, 생일축하해 자야! 널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엄청 많아서 덕분에 나의 세계도 점점 넓어져. 어딘가 예상이 가면서도 또 예상을 벗어나는 인물이라 늘 새로워, 짜릿해, 너무 좋아! 어디서 나오는 에너지인지 쉬지 않고 일하거나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고 또 쉬는가 싶으면 정말 잘 쉬기 위해 멀리 혹은 많이 떠나고 그런 너를 많이 부러워하기도, 걱정하기도, 응원하기도 해. 나는 부러운 사람,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랑 무지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그게 너야 (빠 두빠 뚜비두밤)
어쩌다가 이렇게나 내 마음 깊이 너가 자리 잡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또 이번 기회로 돌이켜보니 뜬금없지는 않은 것 같아. 진짜 너랑 있으면 정말 재미가 넘쳤어. 앞으로 우리에게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아주 기대되고 설레. 재밌는 얘기들을 많이 나누고 또 가고 싶은 곳들을 함께 가보기도 하고 서로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며 오래 함께하고 싶어.
나의 소중한 인연으로 곁에 있어줘서 그리고 가끔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연락으로 날 놀라게 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마워. 애정을 듬뿍 담아서 마음을 전해. 사랑하는 자야, 생일 정말 많이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