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님, 평화해요! 오늘의 초대자 마공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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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초대자 동지 마공의 생일입니다! 야호! 받님들과 마공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어 기쁩니다. 부지런한 마공은 분명 전날까지 이 메일을 훑어볼 겁니다. 틈틈이 몰래 적어둔 소개글을 발송 직전에 덧붙입니다. 깜짝선물입니다.
그래, 마공은 제게 깜짝선물과 같습니다. 엇갈린 시기, 얽힌 인연, 어두룩한 장면을 거쳐 벗이 되었습니다. 취향과 가치관에 고집을 부리게 되는 나이에 이렇게나 잘 맞는 친구는 참 귀하지요. 그래서 더욱 선물과 같은 맺음입니다.
몇 년 전 우리는 네팔 포카라에서 일주일간 단둘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 온 해외봉사 프로그램 동료들은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러 갔지만 몸이 좋지 않았던 마공은 산에 오르지 않기로 했고, 인솔자였던 저는 참가자인 마공을 지켜야 했습니다. 티 나지 않았을 것이라 장담하지만 솔직히 당시의 저는 마공을 어색해했습니다. 프로그램 초보 책임자로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참가자는 긴장 가득 보호 대상으로만 보였거든요. 그래서 다시 없을 이 순간은 놀랍게도 우리가 가까워진 기회가 아닙니다. 건조하지만 작년에 함께 3개월짜리 교육을 수료하게 되며 막역해졌습니다. 각별한 관계에 꼭 유별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공은 조곤조곤하고 맑은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대부분의 텐션이 명치 정도에서 유지됩니다. 매 던져주는 대화 주제는 배움이 가득합니다. 탁한 목소리에 텐션이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오르내리고 똥 맛 카레를 먹을지 카레 맛 똥을 먹을지에나 관심 있는 저는, 우리가 닮았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제가 향하려는 곳에 늘 마공이 있더라고요. 같은 이정표를 보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빼 쏠 수밖에요. 광대한 풍경을 앞에 두고 발치에 버려진 음료수 뚜껑을 발견하는 성질이나 다문다문 타오르고 소화되는 기질이 아주 똑같습니다. 각자의 세상에서 소수였던 우리는 서로를 만나고부터 스스로를 위안하게 되었달까요.
그가 저를 대하는 마음과 행동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넉넉하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저는 제 취향 강요하는 걸 매우 좋아하는데요, 악독하게도 상대가 이 나눔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매우 속상해하기까지 합니다. 마공의 취향은 제 것과 고만고만합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추천할 때 신이 납니다. 물론 애호하는 지점이 상당히 다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그에게 서운하지 않은 이유는 항상 정성스레 감상을 남겨주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잠시 세상과 단절된 마공에게 제가 가장 아끼는 책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포근한 회답을 받았습니다.
“정옥다예가 가장 사랑하는 이 책은 그를 닮았다.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자세가 닮았다. 목정원의 경험을 정옥다예의 삶에서도 희망하게 된다. 머지않아 이와 같은 사유를 써 내릴 당신의 미래를 그린다.”
안 그래도 가까웠던 우리입니다만, 메일링을 하면서 더 곁을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건 각자 초대한 벗님의 특성으로 우리의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글만 보고도 한 눈에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벗님들은 초대자가 누구냐에 따라 참 달랐습니다. 끼리끼리라고, 각기 쌓아온 인연으로 마공을 더 깊숙이 알게 되었습니다. 마공이 초대한 벗님들은 택하는 유머코드(대중이 웃진 않음)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섬세하고 다부짐), 마공을 대하는 태도(귀엽게 여기거나 상망함) 등이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마공의 벗님들만 종료일보다 이른 시기에 마감하고 공지한 형식을 철저히 지켜 보내주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마공과 너무나 닮아 준비기간 동안 깔깔 웃어댔습니다. 이렇게나 다른 세상을 가졌음에도 온 마음을 교집합으로 둔 관계가 된다니요, 참 신기합니다.
메일링 봄호를 보내며 문득 그를 벗님이 아닌 초대자로 섭외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상 속에서 마공의 소개글을 써봤는데 단 한 글자도 지어내지 못했거든요. 짧은 시간 안에 중요한 삶 조각이 되었고, 그 맥락을 설명하기엔 제 머리에 굴러다니는 언어가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받님들께 저의 언어로 마공을 소개합니다. 메일링 기획 의도였던 ‘사랑하는 친구 자랑하기’를 또 한 번 완성하네요.
최근 저는 간신히 틈을 내 인천행 전철 4-2칸에서 8분 정도 마공을 접선했습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따뜻한 엽서를 건네주었습니다. 마공이 건넨 마지막 인사로 저도 인사하려고요.
우리 또 최선을 다해 못 되게 살자!
- 사랑을 담아 자야가 -
참, 누군가 마공에게 생일 편지를 보내주었어요. 익명의 생일 편지를 함께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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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공, 안녕하세요. 마공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많이 떨리고 어색한 마음이에요. 누군가에게 진심을 가득 담아 글을 쓴다는 건 제게는 언제나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깊은 감정들과 생각을 보여주는 건 마치 발가벗은 듯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잖아요. 솔직해지기를 다짐하는 건 매번 용기가 필요한 일이더군요. 게다가 요즘에는 이상하리만치 더욱더 글이 잘 써지지 않아요. 이유는 두려움인 것 같아요. 혹여나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실패할까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것만 같은 느낌!
얼마 전에 마공이 그랬잖아요. 제가 마공을 좋아하고 신뢰하는 게 느껴져 저에게는 어떤 이야기든지 꺼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요.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듣고 저는 정말 날아오를 듯이 기뻤답니다! 마공에게 제가 그런 사람이였다니요. 한편으로는, 삶이 꽁꽁 숨겨 놓은 진리 하나를 엿들은 것만 같았어요. 누군가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이나 깊게 들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 사실을 지금까지 몰랐던 걸까요? 사람들은 종종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기도 하잖아요. 적어도 지금까지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말과 글 속에서 길을 잃었던 건 어쩌면 그 이야기가 어디에 닿고자 하는 지가 분명하지 않았던 탓이었어요. 어떤 글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제 보니 제가 그런 글을 쓰고 있더군요. 하지만 이 편지를 쓰는 지금은 편안한 마음이에요. 마공이 제 이야기를 지긋이 잘 들어주리라 믿거든요. 마공이 제게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인 것처럼, 저도 마공에게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 스스로가 그럴 수 있을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생겨요. 뒤에 무엇이 있을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눈을 감고 쓰러지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에요. 처음부터 마공은 제게 그런 마음을 가능케 했던 사람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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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공, 그 날 기억나요? 우리 처음 친구하기로 했던 날이요! 저보고 늘 바빠 보인다면서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던 그 따뜻한 친절을 기억해요. 장난 아니게 맛있었던 비건 피자 위에서의 사랑 이야기와 지하철 안에서의 삐걱거렸던 대화를 기억해요. 서로 대화 코드가 조금 다른 탓인지, 방금 한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절 하나마다 뜻을 다시 확인해야 했던 건 다시 생각해도 절로 웃음이 나와요. 마공이 다녔던 학교 뒷산에서의 산책도 참 그리워요. 눈 덮인 언덕을 그 해 처음으로 만나던 날이었죠. 그 속에서도 새들은 열심히 지저귀고 있었고, 마공은 걷다가 저에게 눈덩이를 던졌어요...
제가 보지 못한 것들을 마공이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실 속으로 많이 놀랐었어요. 제가 성급히 스쳐 지나갔던 하얀 나뭇가지들을 카메라에 담는 마공. 겨울 새 소리에 진심으로 감동하는 마공. 그런 마공들이 잔상처럼 남아있어요. 마공이 저의 생각을 물어볼 때 굉장히 정교한 언어를 쓴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진심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받아안는 그런 대화를 할 수 있었어요. 그런 말갛고 선명한 마음 앞에서 저도 덩달아 구체적으로 사랑스러워지더라구요. 두루뭉술하고 엉성한 곳이 많은 제 생각이 마공과의 대화 속에서 점차 형태가 갖춰지더라고요.
마공, 마공도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저는 줄곧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하고 있어요. 제 경우에 그 말은 좋은 의미는 아니에요. 어느 한 곳에 머무르기를 어려워하고, 늘 발 딛고 있는 땅이 고르지 못하다고 불평하면서 기름진 땅을 찾아다녀요. 멸종반란, 청년기후긴급행동, 녹색당,,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징하게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있네요. 누군가는 고맙게도 이런 저를 보고 ‘세상 보기’를 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말해주었어요. 저의 씨앗을 곱게 발아시켜 줄 그런 촉촉한 땅을 찾아다니면서요. 스스로가 그곳에서 보다 단단해지기를 기대하면서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 보면 주변 다른 이들의 선함에 기대어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못된 심보기도 해요. 내가 서 있는 곳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기보다는 다른 이들이 일구어 놓은 밭에 씨만 뿌리려는 격이죠. 언젠가 농사 일을 삶으로 삼는 친구들이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은 후 적어도 3년은 땅이 준비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요. 땅이 낙엽을 머금기까지, 작은 생명들이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기까지, 짧아지고 길어지는 해에 따라 얼었다가 풀어지는 24절기의 규칙을 나무와 풀들이 이해할 때까지, 우리도 그저 그들의 호흡에 귀 기울이고 함께 발을 맞추어야 한다고요.
농사뿐만 아니라 삶도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겠구나, 무언가를 기르고 돌본다는 것은 꾸준함과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겠구나, 조급한 마음으로 세상을 돌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구나, 그 말을 듣고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제게 어려운 그 느린 마음을 마공은 참 멋지게 가꿔온 것 같아요. 마공이 그랬잖아요. 시간만이 설명해주는 관계가 있는 것이었다고요. 마공은 그 사실을 정말로 아는 사람 같았어요. 무엇이든 조급해하지 않고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차분히 관찰하는 쪽을 택했으니까요. 어떻게 그렇게 자신의 몸도, 서로의 관계도 탐구하고 기록하면서 인내할 수 있을까! 저는 그 마음을 부단히 지켜나가는 마공의 모습을 그저 경이로움을 한껏 담은 눈으로 바라보게 돼요. 낯간지럽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얼마나 노력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기에 이런 말들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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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공, 저는 얼마 전에 제주도의 월정리라는 곳에 다녀왔어요. 제주도는 끊임없이 관광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 숲이 베어지고 바다가 망가지는 학살의 섬이에요. 바람과 바다 앞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은 잠시, 그것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그곳에서 온 삶을 내던져 격렬히 폭력에 저항하는 해녀들을 만났거든요.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처리해야 할 하수의 양은 점점 많아지는데, 제주 동북부의 거의 모든 하수를 인구가 700명도 안 되는 월정리의 하수처리장으로 모으기 위해 증설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요. 해녀들은 자신이 평생 삶을 일궈온 터전을 지키기 위해 “월정바다에 불평등을 심지 마라”라고 외치며 오늘도 건설 현장을 굳건히 막아내고 있어요.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토건 개발, 이 순간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가 죽어가는 공장식 축산업의 동물들, 삶의 터전을 잃고 세상의 끝으로 밀려나는 많은 이들, 학살의 시대를 살아가는 건 조급한 마음을 거두기 어렵게 해요. 머뭇거리는 순간마다 친구들을 잃는 것만 같거든요.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한 번 밀려버린 땅을 딛고 세워진 도시에서 노동하는 동물들이기도 하죠. 발밑은 계속해서 무너지는데 폭력의 굴레를 벗어날 길은 멀고 희미하게만 느껴져요. 하지만 그럼에도 급한 성미로는 죽이는 자와 죽임당하는 자 모두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우리가 함께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고, 함께 세상을 멈추어야 하고, 그리고 그것은 꼭 함께 해야지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은 서로를 더욱 진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끔 만들어요. 그게 우리를 구원하고 모두를 해방시킬 유일한 길이니까요.
마공, 저는 마공에게 조금씩 그걸 가능케 할 힘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끔찍하게만 보였던 세상에 찾아온, 뭇 생명들의 삶을 존중하며 환대하고 환영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부터 출발하지 않는 해방이란 신기루와도 같다는 걸 알아가고 있어요. 그런 믿음을 증명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돼요. 저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마공을 보며 크게 다르지 않는 생각을 할 거예요. 거듭 다듬어진 태도의 무게는 애쓰지 않아도 가득 배어 나와 주변에서 알아차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맘이 급한 저는 마공 앞에만 서면 보채고 싶은 마음들을 꾹 누르는 법을 아는 사람이 돼요. 그런 저를 기대게 해주고, 또 제게 기대 주어서 고마워요.
마공에게 아직 궁금한 게 많아요. 마공은 어떻게 딱 알맞은 온기와 사랑을 늘 유지하는지, 칙칙하고 가라앉은 마음 한 가운데에서도 감사와 위로를 어떻게 그렇게도 명민하게 찾아내는지, 하지만 이런 투박한 질문들을 재촉하지는 않으려 해요.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시간들 속에서 어느새 스며들 듯이 당도할 대답을 그저 기다리려 해요. 기다림의 모든 순간이 제게는 오롯한 즐거움일 거예요. 아직 만난 지 한 해도 채 되지 않았는데 쌓인 시간의 무게를 훌쩍 넘기는 말들을 편지에 담은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그래서 할 수 있는 말들일지도 몰라요. 여러 번의 여름이 다시 찾아올 때마다 저는 또 어떤 말들을 담으려나요? 그날들을 앞으로도 함께 보고싶고 살고싶다는 약속을 하고 싶어요. 또 어떤 여름을 보게 될까요? 함께 보내는 첫 여름이고, 첫 생일이네요.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마공이 세상을 향해 내밀었던 환대와 감사의 품만큼 세상도 마공을 같은 모양으로 감싸 안아주리라 믿어요. 그대의 삶을 축복할 수 있어 기쁨이 큽니다. 햇살을 듬뿍! 들이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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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 않을 곳만 골라 가서 나를 보여주는 놀라운 사람, 내가 사랑할 만한 사람에게 다가가 사랑을 나누는 사람, (..) 내 사랑하고 가난한 친구가 그 사람을 알아차린다."
감사와 사랑을 전해요.
저 축하 잔뜩 받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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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담아, 마공과 자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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