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미는 연근상점의 다감한 사장님입니다. 비건 식료품을 정성껏 만들어 판매하고 스트릿동물의 쉼터를 자처합니다. 주시하는 능력을 가진 김찬미는 평균의 온도를 유지하며 섬세한 안부를 건넵니다. 일하지 않을 때는 시를 쓰고 여행을 합니다.
김찬미는 우리에게 “2022년 알게 된 것”을 적어 엽서를 주었습니다. 다치고 닫히더라도 계속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문장이 생각납니다. 부디 그가 사랑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운영의 시즌1을 끝마친 김찬미를 축하하고 다독이며, 연근상점 밖에서 만날 김찬미를 기대합니다. 그가 빚은 도자기는 음각 연꽃 넝쿨무늬 매병을 닮았을 듯합니다.
자기(自起)가 빚은 도자기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 두 세계는 너무 달라서
세계의 간극을 맞추기 위해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쓸 만큼의 시와
시를 읽을 만큼의 시간
자기에게 필요한 시간을 가진 자기는
실수로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는다
높은 온기와 깊은 손을 가져서
하나의 자기(瓷器)에 시간을 담고 또 담고,
자기를 빚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때가 되면
그제야 원하는 모양의 분명한 자기가 탄생한다
다만 우리는 그때를 알지 못해서
가지면서도 가진 줄 모르고
걸으면서도 걷는 줄 몰라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언제 어디에 도착할 수 있는지
언제와 어디는 과연 있는지
잊기가 쉽다
잊고도 있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해
대단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자기와
필요한 시간을 가질 용기를 품고 있다는 걸
모든 자기가 기억해주길
"시를 쓸 수 없다고 느꼈을 때 시를 위한 시간을 놓았고 도자기를 그만 빚겠다고 했을 때 도자기를 위한 시간을 놓아서 잠시 멈췄고 그러나 다시 움직였다."
@lotusroot_shop/평화와 사랑 마음을 치유하는 요리를 해드리거나 알려 드릴 수 있어요
“나무가 있고. 풀이 있고. 물이 있고. 불이 있고. 웃음이 있고, 울음이 있고. 음악이 있고. 침묵이 있고. 그림자가 있고. 고양이가 있고. 개가 있고. 새가 있고.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이제는 없는 네가 있고. 이제는 없는 오늘의 네가 있고. 거실에는 어떤 모든 것이 있다. 있다. 있다. 있다. 모든 것 안의 어떤 것. 모든 것 안의 모든 것. 어떤 것 안의 어떤 것. 어떤 것 안의 모든 것. 거실에는 어떤 것이 있다. 있다. 있다. 있다. 거실에는 모든 것이 있다. 있다. 있다.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中